자동차를 살 때 계산하는 돈은 대개 할부금과 기름값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장 크게 빠져나가는 항목은 명세서에 찍히지 않는 감가입니다. 차를 되팔기 전까지는 청구서가 오지 않으니 없는 비용처럼 느껴지지만, 파는 순간 한꺼번에 정산됩니다.

이 글은 신차 3,000만원을 5년 보유하는 조건으로 감가가 연차별로 어떻게 흩어지는지, 그리고 보유 기간을 한 해씩 늘릴 때 결론이 어디서 바뀌는지를 봅니다.

첫 해 하락이 5년치 하락의 3분의 1입니다

3,000만원 신차를 5년 타면 총 감가는 17,471,850원입니다. 이 중 첫 해 하락분이 6,000,000원으로 전체의 34.3% 를 차지합니다.

5년을 균등하게 나누면 한 해는 20%입니다. 그런데 첫 해 한 해가 34.3%를 가져갑니다. 감가는 보유 기간에 비례해 흩어지는 비용이 아니라 앞쪽에 쏠린 비용입니다.

이유는 구조에 있습니다. 출고 등록이 되는 순간 그 차는 '신차'가 아니라 '중고차'가 되고, 주행거리가 0km 라도 중고차 시세표 위에서 값이 매겨집니다. 값을 매기는 표 자체가 바뀌면서 나오는 하락이라, 주행거리를 아끼는 것으로 막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연차별로 얼마씩 빠지는지 표로 보면

우리 계산기에 신차가 3,000만원, 보유 5년, 첫 해 하락률 20%, 이후 연간 하락률 15%를 넣은 결과입니다.

연차그 해 하락액연말 잔존가치잔존율누적 하락 비중
1년6,000,000원24,000,000원80.0%34.3%
2년3,600,000원20,400,000원68.0%54.9%
3년3,060,000원17,340,000원57.8%72.5%
4년2,601,000원14,739,000원49.1%87.3%
5년2,210,850원12,528,150원41.8%100%

하락액이 매년 줄어드는 것은 하락률이 낮아져서가 아닙니다. 2년차부터는 매년 같은 15%를 적용하는데, 그 15%가 붙는 원금이 계속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첫 해 하락은 월로 환산하면 500,000원, 5년째 하락은 월 약 18만원입니다.

3년을 타면 이미 5년치 하락의 72.5%가 끝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3년 타고 바꾸기"가 가장 비싼 구간을 정확히 골라 반복하는 방식이라는 뜻입니다.

한 해 더 타면 부담이 얼마나 줄어드는지가 진짜 질문입니다

총액보다 실제 판단에 쓰이는 숫자는 보유 기간으로 나눈 연평균 감가입니다. 같은 차라도 몇 년을 타느냐에 따라 한 해에 물리는 값이 달라집니다.

보유 기간누적 감가연평균 감가월 환산한 해 더 타서 줄어드는 연 부담
1년6,000,000원6,000,000원500,000원
2년9,600,000원4,800,000원400,000원1,200,000원
3년12,660,000원4,220,000원약 351,667원580,000원
4년15,261,000원3,815,250원약 317,938원404,750원
5년17,471,850원3,494,370원약 291,198원320,880원

한 해 더 타는 효과가 균일하지 않습니다. 1년에서 2년으로 갈 때는 연 부담이 1,200,000원 줄지만, 4년에서 5년으로 갈 때는 320,880원 줄어듭니다. 같은 '1년 더'인데 효과가 약 3.7분의 1입니다.

여기서 실무적인 결론이 하나 나옵니다. 감가를 줄이려는 목적이라면 2년을 채우는 것이 압도적으로 중요하고, 그 뒤로는 한 해씩 늘려도 체감이 빠르게 옅어집니다. 1년 만에 되파는 선택만 피해도 감가 부담의 상당 부분이 정리됩니다.

정비비를 같이 놓으면 어느 해에는 결론이 뒤집힙니다

감가만 보면 오래 탈수록 유리합니다. 그런데 정비비는 반대 방향으로 붙습니다. 우리 계산기가 쓰는 정비 주기 가정값은 주행거리 기준이라, 연 15,000km 를 탄다고 하면 교체 시점이 이렇게 잡힙니다.

항목주기도달 시점(연 15,000km)중형차 비용 가정값
브레이크 패드(앞)40,000km약 2년 8개월180,000원
타이어 4개50,000km약 3년 4개월480,000원
배터리60,000km4년150,000원

3년에서 4년으로 한 해 더 타면 연 부담은 404,750원 줄어듭니다. 그런데 누적 주행이 50,000km 를 넘는 시점이 약 3년 4개월이라, 타이어 4개 교체(중형 가정값 480,000원)가 바로 이 구간에 들어옵니다.

여기서 두 숫자의 단위를 맞춰야 결론이 갈립니다. 404,750원은 한 해당 줄어드는 부담이고, 480,000원은 한 번 나가는 지출입니다. 타이어값을 4년에 나누면 연 120,000원이고, 절감분에서 이를 빼면 연 284,750원이 남습니다. 달리 말해 4년 보유의 연 부담은 3,815,250원에 120,000원을 얹어 3,935,250원이 되는데, 그래도 3년 보유의 4,220,000원보다 쌉니다. 보유 기간 전체로 나누면 한 해 더 타는 쪽이 여전히 유리합니다.

뒤집히는 것은 돈이 실제로 나가는 그 해입니다. 타이어값은 나눠서 빠져나가지 않고 교체하는 해에 480,000원이 한 번에 나갑니다. 그 해만 떼어 놓고 보면 지출이 그 해의 감가 절감분 404,750원보다 75,250원 많습니다. "오래 탈수록 이득"은 연 평균으로는 맞지만, 큰 정비 항목이 걸리는 해에는 지갑에서 느끼는 방향이 반대가 됩니다.

그래서 이 구간의 판단은 계산이 아니라 현금 사정에 달려 있습니다. 타이어를 갈고 나면 다음 주기(50,000km, 연 15,000km 기준 약 3년 4개월)까지 여유가 생기므로 그 다음 해부터는 감가 절감이 그대로 남습니다. 한 해로 끊어 보면 뒤집히고, 여러 해를 이어 보면 다시 돌아옵니다.

매년 같은 비율로 떨어뜨리면 첫 해를 120만원 덜 봅니다

감가 계산에서 가장 흔한 오류는 곡선을 직선으로 펴는 것입니다. 5년 뒤 잔존율 41.8%에서 연 감가율을 역산하면 약 16%가 나오고, 이 16%를 매년 똑같이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방식첫 해 하락액
첫 해 20% · 이후 15% (곡선)6,000,000원
매년 약 16% 균등4,807,319원
차이1,192,681원

5년 뒤 잔존가치는 두 방식이 같습니다. 다르게 나오는 것은 중간 시점의 값입니다. 균등 방식은 첫 해 하락을 1,192,681원 적게 봅니다.

이게 왜 문제인지는 1~2년 안에 되파는 상황을 놓고 보면 분명합니다. 균등 방식으로 계산해 두면 1년 뒤 손실을 실제보다 낮게 잡게 되고, 실제로 팔 때 그 차액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도 이전 버전 계산기에서 잔존율로부터 기하평균 감가율을 역산해 매년 같은 비율로 떨어뜨렸는데, 첫 해 하락을 크게 과소평가하는 구조라 곡선 방식으로 고쳤습니다.

이 숫자들은 법정 요율이 아니라 가정값입니다

위 계산에 쓴 첫 해 20%, 이후 연 15%, 잔존가치 하한 5%는 법정 수치가 아니라 우리가 고른 가정값입니다. 세율이나 보험료율처럼 고시된 값이 있는 항목이 아닙니다.

감가율은 차종·색상·연식별 수요에 따라 크게 갈리고, 인기 차종과 비인기 차종의 차이가 위 표의 폭보다 큰 경우도 있습니다. 정비비 항목과 주기 역시 업체·차종별 가정값입니다. 이 값들을 확정 수치로 보여 주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계산기 화면에서도 가정값임을 표시하고 네 개 입력값을 전부 사용자가 바꿀 수 있게 두었습니다.

실제 차종의 시세는 중고차 시세표에서 확인하고, 그 값으로 나온 하락률을 계산기에 다시 넣어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유가·충전요금 같은 다른 유지비 항목은 한국석유공사 오피넷과 기후에너지환경부 공공충전요금에서 실제 값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감가를 줄이려면 몇 년을 타야 하나요

곡선상으로는 오래 탈수록 연평균 감가가 계속 줄지만, 줄어드는 폭 자체가 빠르게 작아집니다. 1년에서 2년으로 갈 때 연 1,200,000원이 줄고, 4년에서 5년으로 갈 때는 320,880원이 줍니다. 감가만 놓고 보면 최소 2년을 채우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크고, 그 뒤로는 정비비와 함께 판단하는 편이 맞습니다.

중고차를 사면 첫 해 하락을 피할 수 있나요

이미 값이 떨어진 뒤라 첫 해 20% 구간은 지나간 상태입니다. 위 표에서 3년 된 차는 신차가의 57.8% 수준입니다. 다만 계산기는 신차 출고 시점을 기준으로 곡선을 그리므로, 중고차를 산 뒤의 하락을 보려면 신차 가격 칸에 실제 구입가를 넣고 첫 해 하락률을 이후 연간 하락률과 같은 값으로 맞추는 편이 실제에 가깝습니다.

주행거리를 적게 타면 감가가 덜 되나요

주행거리는 시세에 반영되는 요소지만, 첫 해 하락의 상당 부분은 신차에서 중고차로 분류가 바뀌면서 생깁니다. 이 부분은 주행거리를 아껴도 남습니다. 반대로 정비비는 주행거리에 직접 연동되므로, 적게 타면 앞의 표에 있는 교체 시점이 뒤로 밀립니다.

잔존가치 하한 5%는 언제 걸리나요

계산기는 잔존가치가 신차가의 5%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는 것으로 봅니다. 위 5년 예시에서는 어느 연차에서도 이 하한에 닿지 않았습니다. 5년째 잔존율이 41.8%로 하한보다 한참 위입니다. 하한은 보유 기간을 아주 길게 넣었을 때만 작동합니다.